재의  수요일의  유래와  의미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첫날인 ‘재의 수요일’은 사순 제1주일 전(前) 수요일을 말합니다. 

이날 교회는 미사 중에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이마에 바르는 예식을 행하는 데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재의 수요일이 사순시기 첫날로 성립된 시기는 교황 대 그레고리우스 1세(재위 590-604년)때 부터였습니다. 

그리고 교황 바오로 6세(재위 1963-1978년)가 이날에 전 세계교회가 단식과 금육을 지키도록 규정했습니다.

 

 

▲ 재의 수요일 (Carl Spitzweg)

‘재’는 유대인들의 참회표지였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 죄를 지었을 때 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자루 옷을 찢는 참회예식을 거행했습니다

(2사무 13,19; 유딧 4,11. 4,15. 9,1; 에스 4,1; 1마카 3,47. 4,39 참조). 우리는 이런 풍습을 

신약성서의 증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다, 너 코라진아! 불행하다, 너 베싸이다야! 사실 너희 가운데서 행한 기적들을 띠로와 

시돈에서 행했더라면 벌써 자루와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했을 것이다” 

(루카 10,13; 마태 11,21)

이런 유대인들의 참회표지를 그리스도교에서 받아들인 것이 바로 재의 수요일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성목요일에 공적인 참회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어주고, 

그들의 참회 예복에 그 재를 뿌렸습니다. 하지만 성목요일에 공적 참회자를 받아들이는 예식이

사라지면서, 이런 참회의 표지도 함께 잊히게 됩니다.

또한 교회에서 처음부터 이 날을 재의 수요일이라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이 처음으로 등장한 <그레고리우스 성사집>(Sacrementaria Gregoriana)에서 

이 날을 ‘재의 날’(Dies Cinerum)이라 불렀습니다. <그레고리우스 성사집>은 교황 대 그레고리우스 1세가

단행한 전례 개혁을 바탕으로 교황 아드리아누스 1세(재위 772-795년)가 781-791년경에 편찬한 예식서입니다.

점차 잊혀 영성적 의미로만 남아있던 ‘재의 날’ 예식은 10세기, 독일 라인강 지역 교회에서 신자들이 

감각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교회의 공식 예식으로 다시 받아들인 때는 베네벤토(Benevento) 공의회였습니다. 

이탈리아 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지오반니 만시(Giovanni D. Mansi, 1692-1769년)가 편집한

<거룩한 공의회 新 대전집>(Sacrorum Conciliorum nova et amplissima Collectio)에 따르면, 

1091년 베네벤토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재의 수요일에 모든 성직자와 평신도, 남자와 여자 모두 재를 받을 것이다”고 

선포했습니다. 이 예식은 또한 12세기 <로마주교 예식서>에 수록되었습니다.

그런데 베네벤토 공의회보다 약 100년이 앞선 시기에, 영국의 대수도원장이자 유명한 설교가였던 

아인셤(Eynsham)의 엘프리쿠스(Aelfricus, 955-1010년)는 자신의 저서 <성인들의 생애>(Lives of Saints)에서 

이미 모든 계층의 그리스도인들이 머리에 재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자신들의 죄에서 참회하고자 하는 모든 인간은 무명옷을 몸에 걸치고 자신의 머리에 재를 뿌린다고 

증언한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말씀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도 우리의 죄로부터 참회하기 위해 그렇게 합시다.”

 

 

▲ 재의 예식 (19세기 폴란드 삽화)

재의 수요일 ‘재를 바르는 예식’ 그 자체는 준성사로써 교회법 제844조에서 

명시한 경우를 제외한 누구에게든, 그가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상관없이 

수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회법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축복은 우선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에게 주는 것이지만, 예비신자들에게도, 

또한 교회의 금지가 방해하지 아니하는 한, 비가톨릭 신자들에게도 줄 수 있다”(교회법 제1170조). 또한 이 예식은 미사 없이도 독립적으로 거행할 수 있습니다.

이 예식에서 우리는 사제에게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십시오”(창세 3,19)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마르 1,15)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개인적인 슬픔과 비애, 그리고 참회를 공적으로 드러내는 이 상징은 우리의 현세의 삶이 허무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비록 현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삶은 궁극적으로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삶을 준비하는 것임을

깨닫고 하느님의 가르침에 따라 현세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하는 사순시기를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예수님의 부활의 영광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가 결정됩니다.

더하여, 흥미로운 점은 재의 수요일을 이용하여 국가가 정책적인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국가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일랜드 공화국에서는 재의 수요일을 ‘국가 금연의 날’로 지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유는 짐작하시겠지요? 사순시기가 시작하는 이날 하루만큼이라도 자신의 기호품인 담배를 봉헌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영국에서도 1984년 재의 수요일을 ‘금연의 날’로 제정한 후, 

현재는 3월 둘째 주 수요일로 바꿔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 뉴스에서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