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일 의미와 전례


우리를 위한 ‘십자가 사랑’을 묵상하다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로부터 시작돼 주님 부활 대축일 저녁기도까지 이어지는 성삼일(聖三日)은 성주간과 부활 시기 안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구원 역사의 최고 절정이고 완성인 주님의 파스카 신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경축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성삼일 동안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 묻히심과 부활하심을 특별한 예식으로 기념한다. 성삼일의 전례와 의미들을 살펴본다.

 

 

성삼일 의미

 

나기정 신부(대구 대안본당 주임)는 「성지주일·성삼일 - 예절준비와 해설」(가톨릭신문사)에서 “성삼일은 사순 시기의 마지막 절정과 주님 부활 대축일이 연결돼 있는 지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기간은 인간 구원을 위한 구원의 정점으로서 특별한 의의를 지닌다”고 밝힌다. 부활 대축일이 교회 생활 절기의 절정이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어주신 크고 깊으신 사랑을 드러내 주는 결정판이라고 할 때, ‘성삼일은 여기에 가장 근접한 준비 기간이자 파스카 신비가 집약된 기간’이라는 설명이다.

 

「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1969)은 “인류 구원과 하느님의 완전한 현양 사업을 그리스도께서 주로 당신의 파스카 신비로 완성하셨으니, 곧 당신께서 돌아가시어 우리의 죽음을 소멸하시고 당신께서 부활하시어 생명을 되찾아 주셨으니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삼일은 전례주년의 정점으로 빛난다”고 그 중요성을 밝힌다.

 

 

성삼일 전례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성목요일 저녁에 거행되는 ‘주님 만찬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념한다. 주님의 십자가와 부활을 바라보면서 주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 제자들과 만찬을 하시며 빵과 포도주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제자들에게 나누신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미사 주제는 주님 만찬을 기념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사가 지니는 모든 의미 곧 주님의 새로운 파스카, 십자가의 제사, 일치와 사랑과 나눔의 식사, 새 계약, 주님의 현존 등이 최고로 표현돼야 한다. 

 

발씻김 예식은 최후의 만찬 때 겸손과 봉사, 애덕을 가르치시고자 제자들 발을 씻기신 일에서 비롯된다. 신앙인들에게는 그 모습을 본받아 사랑의 계명을 되새기고 실천하라는 뜻으로 전해진다. 

 

미사에서 사제는 백색 제의를 입는다. 또 제대는 성목요일 특성에 맞게 소박하게 장식된다. 특별한 점은 이날 대영광송 때 성당 종과 제대 종을 치고, 이후 파스카 성야 미사의 대영광송 전까지 타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나무로 만든 딱따기를 사용한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때에 교회의 슬픔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오르간과 악기 연주는 성가를 돕는 반주에만 사용할 수 있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는 “성삼일 기간 동안 타종과 오르간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은 수난 시기에 십자가와 성상들을 보자기로 가리고 ‘눈의 재(齋)’를 지키는 것으로 여겼듯, 일종의 ‘귀의 재(齋)’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 데서 나왔다”고 풀이했다. 

 

미사 후에는 ‘수난 감실’에 성체를 모셔가는 행렬이 시작된다. 성금요일까지 밤샘을 하며 드리는 성체조배는 예수께서 ‘한 시간만이라도 나와 함께 깨어 기도할 수 없느냐’(마르 14,37)고 하신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 주님 수난 성금요일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기억하고 묵상하는 날이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으심이 절정에 달하는, 1년 중 가장 비장한 날이라 할 수 있다. 교회가 미사를 드리지 않는 유일한 날이다. 오랜 관습에 따라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하고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는다. 주님 수난 예식만 거행되며 단식과 금육이 실천된다. 

 

예식은 ‘요한의 수난 복음’(18-19장)을 입체낭독하는 말씀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진다. 십자가 경배는 ‘거룩한 십자가를 보여주는 예식’과 ‘거룩한 십자가 경배’로 구성된다. 십자가를 보여주는 예식에서 십자가는 보라색 천으로 덮인다. 특히 이날 제대는 십자가·촛대·제대포 없이 완전히 벗겨둔다. 사제들은 검은색 제의 대신 순교자들의 색인 붉은색 제의를 입는다. 

 

「성지주일·성삼일-예절준비와 해설」에 따르면 4세기 말 예루살렘의 그리스도인들은 성금요일에 십자가 조각을 현시해 경배했고, 7세기 로마에서는 ‘예루살렘십자가성당’으로 행렬하고 주님 말씀을 들은 다음 십자가 경배를 했다고 한다. 그 내용이 십자가 경배의 중심 예식으로 자리잡았다는 것.

 

교회는 이날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면서 부활을 준비한다. 그 수난과 죽음은 부활의 영광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러한 뜻에서 ‘복된 수난’이라는 전례적 표현도 쓰인다. 

 

+ 성토요일 · 파스카 성야 

 

이날 교회는 주님의 무덤 옆에 함께하면서 수난과 죽음, 또 저승에 가심을 묵상한다. 깊은 침묵과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부활의 실현을 바라고 기다린다. 제대는 벗겨진 상태이며 미사도 드리지 않는다.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하고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고 ‘노자성체’만 모실 수 있다. 

 

성토요일 밤인 파스카 성야는 ‘모든 성야(전야제)의 어머니(Mater omnium sanctarum vigiliarum)’로 모든 밤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밤이다.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셨으므로,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도 대대로 주님을 위하여 이 밤을 새우게 되었다”(탈출 12,42)는 말씀처럼 하느님 말씀을 들으며 주님을 기다리는 밤이다. 또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고 주인을 기다리는’(루카 12,35-37 참조) 것처럼 깨어있는 밤이다.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대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초대교회에서는 루카 복음의 권유처럼 부활 성야를 깨어 기념했다고 한다. 이후 서방교회에서 10세기에는 전례 거행이 오후로, 14세기에는 오전으로 옮겨지며 부활 첫 미사가 아침에 봉헌되기도 했다. 비오 12세 교황이 1955년 성주간 전례를 개정하면서 파스카 성야가 밤으로 복원돼 그 의미를 되찾게 됐다. 

 

파스카 성야에 사제는 백색 제의(祭衣)를 입는다. 「성주간 파스카 성삼일」(한국천주교주교회의)은 “성야 예식은 모든 장엄한 예식 가운데 가장 드높고 존귀하다. 모든 교회는 하나가 되어 한마음으로 이 예식을 거행한다”고 밝힌다.

 

전례는 크게 ‘빛의 예식’ ‘말씀 전례’ ‘세례 전례’ ‘성찬 전례’로 구성된다. 사제는 빛의 예식에서 새 불을 축성하고, 파스카 초에 ‘A’(알파)와 ‘Ω’(오메가), 그 해의 연수를 표시하고 불을 켠다. ‘처음과 마지막이며 시작과 끝이신 그리스도께서 오늘도 내일도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며 구원의 길로 이끄신다’는 의미다.

 

이어서 공동체는 말씀 전례를 통해 하느님께서 계획하시고 이루신 구원 역사를 듣고 마음에 새긴다. 아울러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부활’의 날을 맞이하며 교회 새 지체들이 새로 태어나는 세례식 혹은 세례 때 약속을 새롭게 하는 세례 서약 갱신식을 가진다. 이러한 새로 태어남의 삶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체험하는 성찬 전례로 완성된다.

 

[가톨릭신문, 2018년 3월 25일]